조선시대 이후 먹고살기 힘든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는 인문학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겼다. 바로 인문학을 전공하면 취업하기 힘들다는 풍조다. 대신 기술을 가져야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다고 한다. 언듯 들어보면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기술을 가져야 취업이 된다는 것은 취업만이 답이라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한국에서 정규교육을 받고 30년간 한국에서 산 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한국의 정규교육에서 인문학을 다루지 않고 수학/과학/영어/언어 점수만을 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이공계 출신으로, 이과와 문과로 나뉘어서 공부를 했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인문학과 학생들과 전혀 교류가 없는 공학 수업만 들었기에 이공계는 인문학이 들을 필요가 없고, 전혀 수학/과학/공학과 인문학은 별개의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내가 즐겨듣는 팟캐스트 방송이 있다. 바로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다. 이 방송을 들으면서 인문학과 과학은 별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주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최근에 내가 깨달았다는 의미이다. 그 증거는 과거 이공계생이면 다 알만한 과학자나 공학자들이 실제로는 인문학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예를 들어 직교좌표계로 유명한 데카르트는 실제로 방법적 회의를 통한 자아와 신을 입증한 인문학자였으며, 합리주의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2011년,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 공개하면서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해서 화제였다. "기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인문학과 결합된 기술이다." 라고 그는 말했다. 산업혁명 이래로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해 왔지만, 사람에 대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했다. 잡스 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지만 동시에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좋아했고 고대역사와 문학 등 인문학 분야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이러한 유명인의 경험담에서 우리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정치적인 입장도 인문학과 크게 연관되어 있다. 정책의 방향과 인간에 대한 시각이 어떻느냐가 좌지우지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선하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윤리를 강조하는 반면 인간은 악한 존재라는 입장에서는 체벌과 법체계를 더욱 강조하는 법치주의적인 사상을 갖게 된다. 절대적인 진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엘리트주의를 옹호할 것이고, 상대적인 의견, 다수의 의견을 수용하자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수용하자고 할 것이다.
인문학적인 소양은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에게는 어느 부류에게나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우리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하는 존재이다, 우리는 자급자족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으며,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산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고, 돈을 벌기 위해서 누군가를 만난다. 누군가를 만나면 대화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된다. 나는 바로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것에서 인문학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이해했다는 의미가 되고, 그 만큼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한 것이다. 내 생각이 맞는지 의심을 해보기도 하고, 나의 가정이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찾아보는 과정에서도 끊임없는 인문학 탐구가 시작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나 외부 환경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찰해왔다. 소크라테스와 같은 현인들, 현존하는 수많은 인문 고전들이 이를 증명한다. 어떠한 학문이나 다 그렇겠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다보면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인문학을 꾸준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고전 인문학을 읽기로 다짐했다.